진정서 접수까지 20분, 조용하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5인 미만 스타트업에서 퇴사하며 떼일 뻔한 돈을 되찾은 기록,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은 왜 제 경우가 해고인지, 2편은 회사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를 다뤘습니다. 이번 편은 실제로 진정을 접수한 전 과정과, 접수 직후 벌어진 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2편에서 회사와 메일로 여러차례 소통하며 기한을 못 박았습니다. "○월 ○일까지 지급이 확인되지 않으면 진정을 접수하겠다"고요.
그 날짜가 지났습니다. 입금은 없었고, 대신 회유와 협박성 연락만 왔습니다.
그래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열기 전까지가 제일 무거웠습니다. '노동청 신고'라는 말의 무게 때문입니다. 뭔가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고, 서류를 잔뜩 준비해야 하고, 어디 찾아가서 상담부터 받아야 할 것 같잖아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회원가입보다 조금 복잡한 정도였습니다.
접수 전에 준비한 것 세 가지
시작하기 전에 이것만 있으면 됩니다.
| 본인 인증 수단 | 간편인증(카카오·통신사 등) 또는 공동인증서 |
| 회사 정보 | 상호, 주소, 대표자명. 사업자등록번호는 몰라도 됩니다 |
| 증거 파일 | 카톡 캡처, 급여명세서, 근로계약서 등 |
회사 주소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 근로계약서나 급여명세서를 확인하세요. 그것도 없으면 사업자등록번호 없이 상호와 대략적인 주소만으로도 접수는 됩니다. 나머지는 담당 감독관이 확인합니다.
증거 파일은 미리 정리해 두세요. 접수 화면에서 파일을 찾느라 헤매면 시간이 배로 듭니다. 저는 2편에서 정리한 대로 번호를 붙여 한 폴더에 모아뒀습니다.
접수 절차
1. 고용노동부 노동포털 접속
주소는 labor.moel.go.kr 입니다. 예전에는 '민원마당'이라는 이름이었는데 노동포털로 통합됐습니다. 검색해서 들어가도 됩니다.
메인 화면에 임금체불 진정서 메뉴가 바로 보입니다.
메뉴 경로로 들어가려면 민원신청 → 근로기준 분야 민원신청 → 진정서(임금체불, 기타 근로기준 분야) 순서입니다.
2. 로그인
간편인증이 제일 빠릅니다. 카카오나 통신사 인증으로 30초면 끝납니다.
3. 신청인 정보 입력
성명,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을 넣습니다.
여기서 꼭 체크할 것이 있습니다. 민원 처리 상황 알림과 처리 결과 전자문서 통지 동의 항목입니다. 이걸 체크해야 진행 상황을 문자로 받습니다. 나중에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지?" 하고 답답해할 일이 없어집니다.
4. 피진정인(사업장) 정보 입력
여기가 유일하게 손이 좀 가는 부분입니다. 회사 상호, 소재지, 대표자명, 근로자 수를 넣습니다.
근로자 수는 정확히 쓰세요. 5인 미만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조항이 달라집니다. 1편에서 정리한 내용이 여기서 갈립니다.
5. 진정 내용 작성
입사일, 퇴사 여부, 체불 금액 총액,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을 씁니다.
2편에서 공개한 답장과 거의 같은 구조로 썼습니다. 시간순으로, 금액을 특정해서, 증거 번호를 붙여서.
하나 첨언하자면 진정서 작성시 감정은 넣지 마세요. 이 칸에 억울함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하루에 수십 건을 처리하는 공무원입니다. 사실관계가 빨리 파악되는 쪽이 유리합니다.
6. 증거자료 첨부
준비해 둔 파일을 올립니다. 파일명에 번호를 붙여두면 본문의 "증거2", "증거3"과 바로 연결됩니다.
용량 제한이 있으니 캡처가 많다면 몇 장씩 묶어서 PDF로 만드는 게 편합니다.
7. 관할 노동관서 선택
본인 주소지가 아니라 사업장 소재지 기준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에요. 대부분 자동으로 잡히지만 확인하고 넘어가세요.
8. 접수 완료
제출하면 접수번호가 나옵니다. 이 번호를 캡처해 두세요.
이후 진행 상황은 마이페이지 → 나의 민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20분 남짓이었습니다. 증거 파일을 미리 정리해 둔 덕이 컸습니다.
접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나
★★★이게 이 편의 진짜 핵심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고했으니 이제 기다리면 되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시는데, 접수 이후의 흐름은 정해져 있습니다.
| 접수 | 접수번호 발급 |
| 관할 배정 | 사업장 소재지 관할 고용노동관서로 사건이 넘어감 |
| 근로감독관 지정 | 담당 감독관이 배정되고, 양쪽에 통보 |
| 출석요구서 발송 | 보통 1~2주 이내에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발송 |
| 조사 | 각각 조사하거나 대질조사 |
| 처리 | 접수일로부터 25일 이내, 1회에 한해 25일 연장 가능 |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접수후 근로감독관이 배정되면 통보는 양쪽에 동시에 갑니다.
제 휴대폰에 감독관 배정 문자가 왔다는 건, 같은 시각 사장님 휴대폰에도 갔다는 뜻입니다. 담당 감독관 이름과 연락처, 관할 관서가 찍힌 문자가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동안 "설마 진짜 하겠어?"라고 여기던 사람이, 국가기관에서 자기 사업장 이름이 적힌 문자를 받은 겁니다.

둘째, 처리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진정사건은 접수일로부터 25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고, 연장하더라도 1회 25일까지입니다. 하염없이 늘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시한폭탄이 켜진 겁니다. 이제부터 버티는 건 손해입니다.
그리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접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까지의 태도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2편에서 왔던 회유와 협박이 어떤 톤이었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더 정중해졌습니다. 하지만 끝내 센척은 내려놓지 못하더군요. 노무사를 선임하겠다며..
하지만 노무사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명백한 사실관계를 뒤집는다거나 혹은 의뢰인에게 유리하게끔 상황을 변호해주는 사람이 아니죠.
저는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노무사랑 얘기해봤자 합의하는 게 낫다고 제안할 텐데요
(참고로 저는 제 절친이 노무사입니다. 그래서 평소 이것저것 주워 들은 노무 지식이 많았고, 그게 이번 대응에 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죠)
저는 알겠다고만 대답하고, 더 답을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모든 연락은 통화가 아닌 기록이 남는 문자와 메일로만 소통했습니다. 아 물론, 상대방 목소리 들으며 소통하는 것이 끔찍한 탓도 있었구요)
그러다 주말이 지나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느낌이 왔지요. 아마도 대표가 노무사랑 상담을 한 것 같았습니다.
이후 내용은 다음 편에서 풀겠습니다.
시리즈 안내
- 1편 5인 미만 사업장? 해고예고수당 적용됩니다
- 2편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용주 어떻게 대응/커뮤니케이션 했나
- 3편 (현재 글) 고용노동부 진정 접수, 집에서 20분이면 끝납니다
- 4편 노동청 출석조사를 앞두고 — 접수부터 입금까지
- 5편 스타트업 퇴사하며 떼일 뻔한 돈 되찾은 기록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며, 개별 사안은 근로 형태·재직 기간·계약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나 가까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문의하시는 걸 권합니다. 상담은 무료입니다.
'민원·행정 절차 (실제 신청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용주 어떻게 대응/커뮤니케이션 했나 (고용노동부 민원 후기 2편) (0) | 2026.09.08 |
|---|---|
| 5인 미만 사업장? 해고예고수당 적용됩니다 (고용노동부 민원 후기 1편) (0) | 2026.09.07 |
| 금감원(금융감독원) 민원 청구 후기2 - 보험금 미지급 (3) | 2025.02.22 |
| 금감원(금융감독원) 민원 청구 후기1 - 보험금 미지급 (0) | 2025.02.12 |